집에 돌아온 그녀는 메이크업과 머리손질을 끝내고
옷장앞에 서서 변변히 외출할 입을 옷하나 없는 신세를 한탄하고 있었다.
섹시한 옷을 입을꺼라는 클레어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한참을 들여다 보다 뭐가 생각난듯 장위에 있는 여행용 가방을 꺼내 열었다.
호주에 있을때 학교 졸업식 파티에 입었던 검정 드레스를 꺼냈다.
그녀가 정말 큰맘먹고 산 그녀에겐 평생 제일 섹시한 드레스였다.
그녀가 그옷을 입고 졸업식파티에 나타났을때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었던걸 생각하며 결심한듯 드레스를 다시 입고 거울앞에 섰다.
한쪽으로 곱게 빗어내린 웨이비한 긴 머리에 간단하지만 정성들인 메이크업,
긴 검정 드레스를 곱게 차려입은 그녀의 모습이 세련되게 비추어 졌다.
일하느라 몸매 관리를 하지 않았어도 아직 날씬해서 다행히 드레스는 몸에 잘 맞았다.
볼록한 가슴이 풍만하게 보이고 한쪽으로 드러난 어깨선이 가냘프고 곱게 보였다.
검정 벨벳 드레스는 그녀의 날씬한 몸에 감기듯 길게 흘러 내렸다.
섹시하지만 지적인 거울속의 그녀가 부드럽게 미소 짓고 있었다.
다시 입을일이 있을까 했는데 기회가 주어지니 입어야겠지 하다가
너무 오버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고개를 젓고 벗으려는데 아빠와 승진이의 감탄 어린 환호성이 들렸다.
"와.. 이쁘다 우리딸..."
"휘익.. 길가다 봤음 데이트 신청 했겠어 누나.."
"정말?"
쑥쓰러워 손으로 몸을 가리려 했다.
두사람에겐 친구수정이 부자남친 생일파티간다고 했는데 너무 과한거 아닌가 찔렸다.
" 정말..그거 입고 프로파일 사진 아무데나 올리지마.. 나도 모르게 데이트 신청 하겠다..ㅎㅎ"
"너무 야하지 않아?"
"아니.. 너무 이쁘다.."
"그 옷입고 클럽만 아니면 돼.. 대따 좋아.. 멋있다 누나.."
아빠도 승진도 엄지를 척하며 내보였다.
승진이 누나,누나, 하는거 보니 정말 어울리는 거다.
평소같음 막대기에 천조각 걸쳤냐고, 허수아비 같다고 투덜되었을텐데...
겉옷이 문제 였다.
이런옷엔 모피를 입으면 좋으련만 그런게 있을리 없었다.
여러개 겨울코트를 입어 보았지만 드레스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하는수 없이 아빠와 승진이 추겨 세운 봄가을용 베이지색 프랜치 코트를 꺼내 입었다.
아홉시가 조금 안된 시간에 민호가 집 근처로 차로 그녀를 데리러 왔다.
그도 핏이 잘 맞는 양복을 멋있게 차려 입고 있었다.
곱게 화장한 그녀의 모습에 그는 넋을 놓고 있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차문을 열어 주었다.
"tu es belle (예쁘다)!!!! 이런 모습이 있었네?"
그는 운전하면서도 연신 싱글벙글하며 그녀을 힐끗힐끗 쳐다 보았다.
그 모습이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자신감이 만땅 차올라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오랫만에 호주에서 느꼈던 마음의 자유로움이 떠올랐다.
그래뭐. 오늘 하루 즐겨 보자..
"쉐프님도 멋져요.."
"쉐프란 소리좀 그만해.. 일하는거 같다.. 미노라 불러.. 미노.. 클레어 처럼.."
"알았어요.. 미노씨.."
"아니, 그냥 미노.."
"에이.. 어떻게 그래요? 반말 같다.."
"그냥 미노라 해...미노씨는 좀 거리감 있어 싫다."
"알았어요.. 미노.."
"거 봐 좋잖아..ㅎㅎ"
차는 거침없이 금요일 밤거리를 달려 남산 위에 도착했다.
주차위원에게 차를 맡기고 타워로 올라갔다.
에드와 클레어는 먼저 와서 룸에 자리잡고 앉아 있었다.
룸으로 들어가니 제일 먼저 커다란 창문에 서울 야경이 황홀하게 펼쳐저 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저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둘은 멋진 경관에 어린아이들 처럼 좋아하며 테이블 앞에 섰다.
웨이터가 그녀의 겉옷을 받아주려 기다렸고 승아는 프렌치 코트를 벗어 건네주었다.
헉하는 민호와 에드, 클레어의 숨 넘기는 소리가 들렸다.
"와.. 자기 .. 멋지다. 그 드레스.. 어디서 샀어?"
클레어도 그녀가 말한대로 과감하게 파인 파티 드레스와 깔끔하게 빗어 올린 머리에 화려한 메이컵을 하고 있었다.
아까와는 또 다른 모습에 승아는 속으로 감탄해 마지 않았다.
같은 여자라 해도 멋진 그녀는 정말 섹시하고 자신에 차 보였다.
"호주에 있을때 샀어요.. "
"자기, 멋지다.. 담에 호주갈때 비슷한거 있나 찾아봐야 겠다. 너무 이쁘다."
"감사합니다. 클레어도 너무 이쁘고 멋지세요."
"ㅎㅎ.. 고마워.. 나도 나이들어 그런가 이제 이쁘단 소리, 어려보이단 소리 들으면 좋더라..ㅎㅎ"
"ㅎㅎ"
클레어의 유쾌한 웃음소리에 모두들 따라 웃었다.
자리에 앉자 에드가 입을 열었다.
"음식은 시켰어.. 대충.. 괜찮지?"
"난 괜찮아.. 승아는 뭐 따로 먹고 싶은거 있어?"
"없어요."
식사시간은 매우 즐거웠다.
늦은 시간때문에 정식보다는 스테이크 샐러드와 나쵸 같은 간단한 음식을 시켰고 나쁘지 않은 맛이었다.
곁들인 술도 좋았다. 에드와 클레어, 승아는 프랑스 산 레드와인을 마셨고 민호만 독일맥주를 주문해 마셨다.
클레어는 사람을 많이 만난 경험이 있는듯 모든 대화를 주도해 갔다.
에드와 승아는 주로 듣는 편이었고 민호만이 클레어가 말이 많으면 구박을 하며 말대꾸를 했다.
민호와 클레어는 많은 면에서 닮아보였다.
자신에 차있고, 당당하고, 어디서든 잘 어울렸다.
"미노는 연애가 언제 부터야?"
"승아 처음 봤을때부터.. ㅎㅎ"
"승아씨는? "
"..."
"뭘 그런 사생활을 물어? "
그냥 대답대신 미소짖고 그녀를 변호하는 민호를 바라보았다.
"언제부터인데?"
"맨날..맨날 이지.. 너네 한국에서도 약혼식 할꺼라며?"
민호의 질문에 클레어가 짜증을 냈다.
"아.. 지겨워.. 뭔 식이 그렇게 많은지.. 여기선 또 호텔에서 비니지스차 핑계삼아 하시는 거지 뭐..
에드만 아니면 이런거 딱 질색인데..."
"아직도 소문 돈다고 그러시는 거야?"
"걔네는 질리지도 않나봐.. 연말에 또 올해의 잇슈라면서 또 방송에 나왔잖아..
왜들 그렇게 사람을 못잡아 먹어 난리인지.."
"에드도 불쌍타.."
"그만들해.. 말하고 싶지 않다."
에드가 말을 자르고 나섰다.
그는 내내 말없이 레드 와인만 마시고 있었다.
"darling,, 너무 예민해.. 잊어버려.. 난 괜찮으니까.."
"너네 약혼식 몇년은 하겠구나..ㅉㅉ.."
"아.. 승아씨는 모르겠네.."
영문을 몰라 하는 승아의 표정에 클레어가 말했다.
"그만하라고!... "
에드가 버럭 화를 냈지만 클레어는 아랑곳 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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