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이거 영광인걸.. 나보러 온거지? 왠일이야??? ㅎㅎ"
쉐프 유니폼을 입은 민호가 그녀를 환히 반기며 보란듯이 포옹을 했다.
승아는 주위의 시선에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 졌다.
특히 에드의 쏘아보는 눈길에 당황했다.
민호를 살짝 밀어내고 그들에게 가볍게 목례를 했다.
"누구??"
클레어가 뜻밖에 액센트가 섞인 정확한 한국어로 물었다.
"Ma muef (내여친).. 이승아.."
민호가 친한척을 하며 한쪽팔로 승아를 감싸 안았다.
"ohhhh, hello.. 반가워요. 전 이사람들의 친구인 클레어, 클레어 장이라고 해요."
클레어는 어제만난 그녀를 알아보지 못하는것 같았다.
아주 반갑게 인사하며 그녀의 손을 잡아 당기더니 뺨에 가벼운 키스를 했다.
그리고 매우 호기심 어린 눈으로 승아를 찬찬히 살펴 보았다.
뜻밖의 인사에 승아가 약간은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제의 그 패션모델 같은 강렬한 인상보다는 오늘 그녀는 매우 지적이고 세련된 도시이미지의 커리어 우먼 같이 보였다.
이렇게 여러가지 모습이 있을수 있구나 생각하며 승아는 그녀에게 미소지었다.
"안녕하세요.. 한국말을 너무 잘하시네요."
"클레어는 한국드라마 마니아야.. 거기서 한국말 다 배웠어..ㅎㅎ"
"모르긴 몰라도 내가 에드보다 낫지.."
"맞아.. 막장드라마 대사는 너가 더 잘하지.."
"한국드라마가 그런걸 어뗙해.. 내 잘못인가, 이 비열한 자식아.."
"이거 봐.. 이거봐.."
"에드, 이 자식좀 어찌 해봐.."
"에드가 뭘 어쩌라고.. 얘 막장좀 그만보라해.. 교육에 나쁘다니까."
말없는 에드를 둘이 돌아 보며 짓궂게 말했다.
에드는 힘겹게 승아에게서 시선을 띄고 장난스런 실랑이를 벌이는 둘을 바라보았다.
"에드, 미노좀 어찌해봐.. 짜증나.."
"그만해 애들처럼.."
"아휴.. 에드땜에 참는다. 정말.."
"승아씨는 어디가는 중이었어? 퇴근하는 거야?"
시선이 모두 승아에게로 쏠렸다.
"그냥.. 네.. 퇴근하는 중에 인사나 할까하고.."
"ㅎㅎ.. 많이 발전했네.. 좋아..좋아.."
민호가 입이 벌어지며 좋아한다.
승아는 그런 그의 애같은 모습을 보며 미소지었다.
"다음주 부터는 우리 식음부로 오니까 더 많이 볼수 있을꺼야."
"식음부로 간다고?"
에드가 놀라며 물었다.
보고를 듣지 못한 사항이었다.
"뭐 사장님이 일일이 사원들 인사이동까지 알려고 해?
승아씨가 요리에 재능있어 보이니까 내가 스카우트 하는거야..
담주부터 내 직속 식구가 될꺼라고.. 그치?"
민호가 장난스런 눈빛을 승아에게 보내며 윙크했다.
"요리에 재능? 언제부터??"
"먹는거 잘먹고 잘먹을줄 아는 사람은 요리에 기본이 되어있는 사람이야..
나만 믿어.. 내가 완전 수제자로 키울꺼니까.."
"와.. 자기한테 좋겠다는 말은 못하겠다. 미노하고 일하면 자주 짜증날텐데.. ㅎㅎ"
"뭔소리야.. 어렵게 오는 건데.. 이렇게 훼방 놀꺼야?"
"사실이잖아.. 이 불한당 같은 놈.."
"뭐야.. 요즘은 사극보냐? 아휴.. 한국드라마가 독이야 독.. 배운거라고는 순 욕이네 욕..."
클레어는 어제와 다르게 너무도 격식없이 자연스러웠다.
한국말도 너무 재밌는 액센트로 말하고 행동하는 모습이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식음부로 가는거 본인 의지인가요?"
둘은 계속 투닥 거리고 있는 모습을 신기하게 쳐다 보는 승아에게 에드가 물었다.
"뭐, 기회가 되면 다 배우고 싶은게.. 제 맘이예요.. 요리를 배우는 것도 좋아하고요.."
그의 눈빛이 좀 달라졌다.
어제처럼 하고 싶은 말이 있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다 그냥 입을 다물었다.
"참, 오늘 프랑스 대사관에서 무슨 행사 있지 않았어? 나 거기 가봐야 하는데..
중요한 투자자가 그 문화행사에 초대 됐다고 같이 가주겠냐고 묻던데... "
"투자자?"
남자 둘이 동시에 클레어를 바라보았다.
클레어는 움찔하며 그들의 눈치를 살폈다.
"남자야, 여자야?"
"당연히 여자지..뭘물어??"
"조심해.. 여기 에드네 회사 있다.."
"왜그래.. 나 비지니스 우먼이야.. 회사가 잘 돌아가는 중이니 더 열심히 일해야지.."
"아, 네.. 영광입니다. 이렇게 바쁘신분 모시고 짧은 시간 대화도 하게 해주시고.."
"네이놈!!!..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에휴..참.. 에드, 클레어 좀 어떻게좀 해봐.. "
"우리 다 같이 저녁이라도 먹을까?"
에드의 제안에 모두 귀가 솔깃해졌다.
"darling, 내 프랑스 대사관 문화 행사는 어쩌고? 나 거기 가야 한다니까."
"얼굴만 비추고 나오면 되잖아.."
민호가 그것도 모르냐는 듯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러긴 한데.. 거기 포멀이라 내가 드레스 입어야 하는대?? 그거 입고 어딜가? "
"드레스 어울리는데 가면 되지.."
"아.. 티비 별그대 보니까 서울타워레스토랑이 좀 괜찮게 보이던대?"
민호가 제안했다.
"에.. 나한테 드라마 본다고 난리더니 자기가 더 좋아 하나봐..."
"좋아하긴.. 클레어가 그런곳 좋아하니 가자는거지.."
"알았어.. 알았어.. 나 근데 좀 섹시 하게 입을 껀데 괜찮겠지?"
"너 원래 뭘해도 섹시가 좔좔 흘러.. 에드가 너랑 엮어진게 아까울 만큼..."
"그건 그렇지.."
민호의 말에 에드가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승아는 에드가 클레어를 위하는 모습을 보며 묘하게 가슴이 아파왔다.
"hey, honey, honey는 뭐 입고 올꺼야? "
클레어가 승아를 보며 물었다.
승아는 당황해 고개를 저었다.
"저요? 제가 거길 왜 가요? 전 그냥 집에 가야죠.. 친구분들끼리 재밌게 시간 보내세요."
"무슨 소리야? 같이 가야지.. 내가 저 둘꼴을 어떻게 견디냐?"
"마자.. honey도 가야지.. 그러지 말고 나랑 프랑스 문화원 같이 갔다가 가자.. 괜찮지??"
"안돼!!"
두 남자가 동시에 외쳤다.
영문을 모르는 승아는 멀뚱히 세사람을 쳐다 봤다.
"그냥 이따 보자."
"아이,, 난 같이 가고 싶은데.."
"승아는 내가 알아서 데리고 갈께.. 너네 먼저 가.."
남자들은 서로 눈짓을 하더니 에드가 싫다는 클레어를 데리고 레스토랑을 나갔다.
"같이 갈꺼지?"
"저..입을 옷도 없어요.. 가기 싫어요.."
"아아.. 참.. 일단 집에 가서 준비 하고 있어..
나도 디너 예약만 끝나면 일 없으니까 이따 픽업갈께..
아마 한 아홉시 정도 될꺼야."
"그렇게 늦게요?"
"걱정마.. 우린 늦게 먹는게 습관이 되서 괜찮아. 이따 보자.."
그는 습관처럼 그녀의 앞머리를 쓰다 듬더니 마음이 급한듯 휭하고 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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