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속절없이 흘러 그녀가 싫어 하는 겨울이 왔다.
그녀에게 겨울은 차갑고 춥고 기억하기 싫은 기억들이 많은 계절이고,
겨울은 항상 그녀를 너무 힘들게 하는 계절이었다.
첫 남친이 군대간 날도 눈오던 날이었고 둘째 남친와 헤어지고 호주로 떠났던 날도 첫눈이 왔다.
그리고 엄마가 암으로 돌아가신 계절이 겨울이었다
겨울은 그녀에게 좋은 기억이 없는 계절 이었다.
매년 겨울, 어렸을때 부터 그녀는 심한 감기를 한번 씩 앓았다.
엄마는 늘 그녀를 챙기기 바빴고 돌아가신 엄마가 짜준 목도리와 사준 코트를 입을 때마다
엄마가 매우 그립고 보고싶은 계절이기도 했다.
그날 오후 호텔 앞에서 민호가 승아를 스포츠카에 태우고 간 후
호텔 내에서는 그들의 연애가 당연 화제이고 중요 관심사 였다.
아무리 승아가 부인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왜냐하면 민호는 시간,장소를 불문하고 승아에게 변함 없는 애정을 내보였고
음식 공세와 선물 공세를 남발 했기 때문 이었다.
승아는 축하와 질시를 한꺼번에 받았고 결국 나중엔 자포자기 하며 그냥 그가 뭐든 하도록 냅두었다.
어차피 말려도 들을 사람이 아니 었다.
이날도 특별한 간식이 1조의 티타임에 식음부에서 배달 되어 왔다.
"와.. 너무 이쁘다."
"먹기 아깝다.."
미니 블루베리 치즈케익과 과일이 예쁘게 장식된 그릇에 놓여 있었다.
"와.. 미정씨 여기 한입..."
"아이.. 자기야.. 왜그래 사람들 앞에서.."
"어머어머.. 추운 날씨인데 사내에 꽃들 피는구나.."
"이거 승아 덕분인데.. 너희들이 덕 보는구나.ㅎㅎ"
1달전, 크리스마스때 휘창씨의 끝없는 기다림과 설득에 꿋꿋했던 미정씨가 결국 마음을 받아 들였다.
지금은 둘이 엄청나게 깨가 쏟아지고 있었다.
미정씨는 평소와 다르게 매우 예뻐 보였고 휘창씨도 든든한 남자 처럼 그녀를 위해주는 모습을 보며 승아는 부러운 미소를 지었다.
"뭘 그런 표정을 져? 부러워? 야.. 가진 자가 더하네.."
"아이..뭘요.. 그냥 본 거예요.. 본거.."
"아휴.. 승아씨 복이야 복.. 그냥 헤드쉐프보니까 장딴지도 굵고 좋은게 아주 좋더라.. 몸이 좋아.. 안그래요 조장님?"
"그래.. 나두 봤어.. 그냥 근육이 찰지더라구.."
"찰진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
"유니폼 입은 엉덩이 봤어? 탱글 탱글해.. 완전 내스탈야.."
"아유,, 망칙스러..ㅋㅋㅋㅋ"
"가슴 근육은 어떨까? 엄청 궁금 하다니까.."
"ㅋㅋ.. 마저마저..ㅋㅋㅋ"
"아줌마들,, 승아씨가 이런 소리 들으면 싫어 합니다."
휘창의 주의에 다들 승아의 눈치를 살폈다.
"거긴 찰진게 아니고요... 완전 딱딱해요.. 빨래판이 필요 없어요..ㅎㅎ.."
그녀의 농담에 모두들 꺄르르 꺄르르 하고 넘어갔다.
"전 지금 팬트하우스 마저 정리하러 갈께요..
이따 손님 오신다니까 지금 가서 남은 물품 챙기고 필요한 거 있나 보고 올께요."
아줌마들의 웃음 소리를 뒤로 하고 그녀는 팬트하우스로 가기 위해 직원용 엘레베이터에 올랐다.
엘레베이터는 잘 올라가다가 4층에서 멈춰섰다.
문이 열리고 에드와 한실장이 올라 탔다.
숨이 턱막히는 기분이었다.
가볍게 목례를 하고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
하우스키핑 유니폼앞자락만 줄곳 뚫어져라 쳐다 보았다.
에드는 한실장과 낮은 어조로 회사일을 논의 했다.
그들은 어차피 그녀는 쳐다도 보지 않았고 항상 그렇듯 없는 사람 취급을 했다.
팬트하우스 P층에 같이 내렸고 숨이 막힌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왼쪽으로 돌아 그녀가 정리해야 할 방으로 걸어 갔다.
문을 열고 크게 숨을 내쉬었다.
가슴이 쿵쾅거리며 미친 듯이 두근댔다.
에드의 얼굴을 보니 그리움이 밀려왔다.
우연히라도 한번씩 볼 때마다 그를 향한 그녀의 그리움은 더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가 그녀를 투명인간 취급 할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많이 아팠다.
하지만 내색 할수 없었다.
에드는 어려운 일이 생기면 반드시 나를 버리고 다시 떠날 사람이 다.
지난 동영상 사건처럼...
그리고 아픈건 나만의 몫이겠지.
나같은 사람은 그의 인생에 존재하면 안되는 거다 라며 자신에게 되뇌이며 마음을 고쳐 잡았다.
쿵쾅 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나머지 물품 들을 정리 하기 시작 했다.
넓고 값 비싼 가구로 채워진 팬트하우스는 머물기는 좋아도 청소 하기는 힘든 장소였다.
익숙한 눈길로 정해진 물품을 확인하고 나머지를 청소카트에 담아 방을 나가려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며 키가 크고 날씬한 여자가 웃으며 들어 왔다.
하얀 값비싼 모피 코트를 입고 패션 모델같이 화려하게 꾸민 여자는
그녀를 힐끗 보더니 무시하고 방 한복판에 가서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뒤를 이어 에드와 한실장이 따라 들어왔다.
"Darling, I like this room.. i will stay here.. love the view"
(자기야, 이방 좋다.. 여기있을래.. 전망 좋은데..)
그녀는 완벽한 브리티쉬 엑센트로 방이 떠나 가라 큰소리로 말했다.
"hey,, are you from house keeping? wait a second.. i have some rubbish in my purse."
(여기, 하우스키핑이죠? 잠깐만, 가방에 휴지가 있는데..)
그녀는 승아를 손가락으로 까닥까닥 부르더니 가방에서 립스틱 닦은 휴지 더미를 꺼네 승아에게 넘겼다.
좀 어이가 없었지만 에드가 쳐다보고 있기에
꿋꿋하게 휴지를 손으로 받아들고 아무렇지 않게 청소카트에 있는 쓰레기통에 넣었다.
그리고 가볍게 목례를 하고 말없이 방을 나왔다.
문을 닫자 안에서 그들의 목소리가 큰소리로 들려왔다.
"darling.. miss you so much.. how have you been?
y dont you come back to shanghai?.. i dont like here.. too cold.."
(자기야, 보고싶었어.. 잘지냈어? 왜 상하이에 안왔어? 여긴 너무추워 싫다)
"hey,, claire.. you speak too loud...better keep it down.."
(야, 클레어.. 목소리가 너무 크잖아.. 목소리좀 줄여..)
달링? 클레어? 드디어 그의 약혼자가 온것이다.
클레어는 키가 거의 에드만큼 컸고 아주 육감적인 몸매를 한 서구형 스타일의 미인이었다.
그녀도 좋은 집안에서 잘자란 티가 많이 났다.
그녀는 천근만근이나 되는 카트를 직원용 에레베이터쪽으로 밀고 갔다.
버튼을 누르고 승강기가 오기를 기다렸다.
"저기.. 이승아씨.."
돌아보니 에드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다 보고 있었다.
"무슨일이세요?"
그날 라운지 이후 처음 이렇게 마주보고 서있는 것이었다.
너무 오랜만이어서 생소한 느낌조차 들었다.
"좀전에 클레어가 무례하게 굴었어요. 미안해요."
그녀는 마음이 불편해져 애써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요.. 늘 있는 일이예요. 신경쓰지 마세요."
승강기 벨이 울리고 문이 열리자 그녀는 다시 목레만 하고 카트를 밀고 승강기에 탔다.
닫히는 문사이로 할 말있어 보이는 에드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그냥 외면해 버렸다.
눈물이 시야를 흐리게 만들었다.
그날 오후,
유니폼을 갈아입고 퇴근하는 그녀를 민호가 찾아와 납치하다 시피 하며 식음부로 끌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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