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와인에 빠진 사랑

love at first sight 26

리플아줌마 2016. 4. 7. 22:01


눈물이 후두둑 빰 위에 쏟아지 듯 떨어 졌다.
 그래 이것이었다.
 에드를 만나면 들던 이상한 감정...
 봐달라고 하고 싶지만 그는 잡히지 않는 머나먼 세계에 사는 사람이 고
 항상 먼발치에서 바라만 봐야 하는 애타는 심정
 사랑......
 내가 에드를 사랑하고 있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단어가 그녀의 가슴에 콱하고 박히고 말았다.


그녀의 말을 오해한 민호가 진심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와락 껴안았다.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는 그녀를 위로하려 했다.


"미안해.. 내가 미안해.. 상처주려고 한거 아냐.."
"아니예요.. 쉐프님 잘못 아니예요.. 나예요.. 나..  내가 문제예요..

바보 같은 내가 문제 라고요..흐흐흑..."
"후... 진정.. 진정해.. "


폐점시간 영업 종료을 알리는 노래가 흐르고 둘의 모습이 백화점을 나서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는 그녀를 구석진 화장실 쪽으로 감싸 듯 끌어 안고 데리고 갔다.
화장실 앞에는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한 가죽 소파가 마련 되어 있었다.

민호는 승아를 소파에 앉히고서는 그녀를 진정 시켰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되자 그녀는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 눈물과 콧물을 닦았다.

민호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사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 이었다.


"죄송해요.. "
빨갛고 눈물에 얼룩진 얼굴로 그와 눈이 마주치자 멋적게 웃었다.
"괜찮아."
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헝클어진 머리를 다듬어 주었다.
"바보같이 울었어요..ㅎㅎ 정말 죄송해요."
애써 괜찮은 척을 하며 휴지로 남은 눈물을 다 닦아 내었다.
"엉망이죠? 예쁜 옷도 입었는데.. 아빠가 제 얼굴이 제일 이쁘다고 하셨는데.

제일 예쁜게 망가졌네요..ㅎㅎ"
"..."
"아까 진짜루 죄송해요. 제가 미쳤나봐요. 마구 좋아 해야 하는게 맞는 건데..

 제가 좀 촌스러워요..그쵸??"
"..."
"화나신거 아니죠? 내가 사람들 앞에서 쉐프님을 너무 창피하게 만들어 버렸나요?"
"..."
그가 계속 말을 하지 않자 그녀는 미안함에 몸둘 바를 몰라 함께 입을 다물었다.
"..."
"..."
그는 계속 그녀를 지긋이 바라보기만 했다.


"그렇게 보지 마시라구요.."
승아는 검지 손가락으로 그의 배를 장난스럽게 콕콕 찔렀다.

말이 없던 그가 그녀를 당겨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그러고서는 한숨을 길게 내쉬더니 말없이 그녀의 손목을 잡아 일으켰다.


"어디 가게요?"
"밥은 먹고 집에 가야지..."
그의 어조는 차분하고 침착 했다.


저녁은 간단히 일식으로 백화점 근처에서 해결하고 그녀를 집에 데려다 주러 목동쪽 으로 향했다.
저녁 식사 내내 민호는 말을 별로 하지 않았다.

미안해진 승아가 몇 번 농담을 시도 했지만 그는 그저 말없이 미소만 띄우고 있었다.

가끔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만지작 거리기만 했다.


차가 한강 다리를 건넜을 때 그는 갑자기 차를 돌려 한강 고수부지로 향했다.
다리 밑으로 차를 주차하고 그는 먼저 차에서 내려 답답한 듯 쌀쌀한 밤공기를 들이 켰다.

네온싸인으로 빛나는 다리와 반사되는 불빛이 강물위로 찰랑찰랑 흐르고 있었다.


승아는 차안에 있기가 뭐해 차문을 열고 나와 섰다.

건너편 건물들의 불빛이 영롱하게 한강 위를 비추고 있었다.
"밤공기가 차요.."
그녀가 먼저 침묵을 깼다.


"오늘 화나신 거 이해 해요..제가 주제 넘었어요.. 기분 상하셨음 용서 하세요.."
그는 돌아서서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가 또 지긋이 그녀를 바라봤다.
".."
그렇게 보는 거 싫어하는거 알면서 매번 그러냐고 투정부리려다 이번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까 내가 고백했을때 승아는 대답하지 않았네.. 에스인지 노인지.."
".."
"내가 만든 음식을 좋아하고 행복해 하니까 내가 너무 내 자신한테 도취 되었었나봐."
".."
". 자.. 지금 다시 물을께... 나랑 사귈래?"
"..."
"나.. 너 많이 좋아해.. "
그의 눈빛은 매우 진지 했다.


네온 불빛에 반사된 그의 얼굴이 참 잘생기고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남자 답고 진지하고 매사 자신에 차 있고

 에드에 비하면...
그 자리에서 조차 에드를 생각하는 그녀 자신이 용서가 되지 않았다.


"너 대답못하는 이유를 내가 왠지 알꺼 같아.."
"..??."
"좋아하는 사람 있지?"
".!!."
대답 대신 그녀가 흔들리는 눈빛으로 모든 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그가  고뇌에 찬 기나긴 한숨을 내쉬었다.
"누군지.. chancard!!!(운이 좋은 새끼).."
그는 실망스런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시선을 돌려 대교 쪽 경치를 바라보았다.


"아마.. 먼저 알았다면 쉐프님을 좋아 했을꺼예요.. 진심이예요.."
그녀의 말에 진성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시간이 나빴구나.ㅎㅎ. "
"죄송해요.."
"아니, 죄송하지 않아도 돼.. 사람좋아하는데 왜 미안하고 죄송해야 하지? 너무 감사한 일이지.."
"..."


"너가 누구를 좋아한다고 내가 널 좋아하는 마음을 왜 접어야 하는대?
기다릴께.. 깨질때까지..."
엉뚱한 그의 말에 그녀가 웃음을 터트렸다.


"어? 웃을일 아닌데.. 난 충분히 기다릴수 있어.. 나 굉장히 매력있는 사람이야.."
"알아요.. 항상 자신에 차있고 남자답고 .."
"오.. 그래?? "


"거기에 요리도 엄청 잘하시죠. "
"흐음,,, 그렇지??"
"네,, 그래요.. "


"그리고 또??"
"엄청 잘생기셨죠. 식음부 통틀어.. "
"식음부 만이 아닐텐대.."


"네,, 전체 호텔이라고 해두죠.."
"하긴 비교 할래야 비교 할 곳이 없지.. "
"푸훕.."
"웃지마.. 나 지금 self-steam(자존심) 만들고 있는 중이야..

너한테 맘이 다쳐 위로가 필요하다고.."


그녀가 말대신 그의 팔을 잡고 팔짱을 꼈다.
"멋진 남자시죠.. 지나 가다가 한번 돌아다 볼 만큼"
"맞는 말이야.."
팔짱 낀 손을 한손으로 포개 꼭 잡으며 그가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 보았다.

승아는 그의 팔에 머리를 기대었다.


"오늘 감사해요."
"좋아하는거 감사한거지? 나 아직 포기 하지 않았다."
대답 대신 웃었다.

"그래,, 그렇게 웃어.. 예쁘다."
"아까 한말 쉐프님한테 한거 아녜요.. 아셨으면 해요..

그냥 내자신에게 하는 말이었어요.."
"열심히 사는게 뭐 어때서? 난 그런 모습 보고 너 좋아 하는건데??"
"감사 하다고 해야하는 거죠?"
"감사는.. 나도 밑에부터 시작 해서 이 자리에 왔어.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해.

그래서 뭐? 그게 나쁜거 아니야.. 열심히 사니까 어디서도 당당 할 수 있잖아.."


"전 운이 참 좋아요.. 나이 떠나 이렇게 좋은 친구 둬서.."
"워..워.. 워..."
"??"


"나 여자랑 친구 안해.. 특히 내가 좋아하는 여자랑..

나 진짜 포기 안했어.. 그냥 기회를 기다릴꺼야.."

"풉...웃기긴 한데 왠지 기분 좋은데요..ㅋㅋㅋ"


엉망이었던 마음이 그의 손처럼 따뜻해 졌다.


그렇게 둘은 잠시 동안 말없이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한강 경치를 바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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