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지 말자, 아가.. "
MR KIM과 메이드가 아이를 달래려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진욱은 어쩔수 없이 아이를 안아 일으켰다.
아이는 진욱의 어깨에 팔을 힘껏 두르고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어떡하지요?'
"제가 아이 음식을 같이 식탁에 차려 놓을테니 먼저 씻고 나오십시요."
"그래요.. 그러죠.. 자,, 아가 가자.. 아저씨가 샤워 해야 하거든? 방에서 기다리자, 응?"
아이가 놀랄까 봐서 어쩔 줄 모르던 진욱은 하는 수 없이 아이을 데리고 그의 침실로 들어 갔다.
그는 아이를 침대에 앉히고서는 자세를 낮춰 아이의 눈을 바라보았다.
아이는 졸음이 가득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저씨, 샤워하고 오께?? 얌전히 있기다?? 응??"
아이는 천진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안심하진 못했지만 준비된 옷을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
아이가 걱정되어 대충 샤워를 끝내고 나온 그의 예상과는 달리
꼬마아가씨는 얌전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배가 고파서 울 법도 한데 그가 나오자 아이는 반가워하며 그를 반겼다.
진욱은 아이를 다시 안고서 다이닝 룸으로 향했다.
그가 즐겨하는 한식위주의 음식이
아이것으로 보이는 오무라이스와 함께 놓여져 있었다.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를 의자에 앉히고
그도 자리를 잡고 MR KIM의 시중을 받으며 식사를 시작했다.
아이는 오무라이스가 맛있는지 서투른 숟가락질로 맛있게 떠 먹었다.
아이가 좋아하자 진욱은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가.. 이름이 뭐지?"
"..."
"괜찮아.. 이름이 뭐야? "
진욱의 부드러운 말투에 아이가 오물거리던 입을 열었다.
"유정이.."
"오... 유정이?"
"김유정.."
우는 소리말고 처음 제대로 듣는 아이의 앙증맞은 목소리에 그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유정이는 몇살?"
"네살.."
오무라이스에 열중한 나머지 손가락을 세개를 펴며 말한다.
MR KIM과 진욱은 큭큭거리며 웃었다.
그는 아이가 너무 귀여워 깨물어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맛있어?"
"응.."
일단 유정이가 음식을 다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먼저 식사를 끝내고 아이가 음식을 다 먹을때까지 기다렸다.
급하게 슈퍼에서 사온 듯한 쵸코아이스크림이 디저트로 나오자 유정이는 손뼉을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유정이 이모 전화번호 알아?"
조심스레 묻자 유정이는 아이스크림을 먹던 손을 멈추고 눈을 깜빡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유정이,, 착하지? 이모전화번호 몰라?"
고개를 젓는다..
생각이 안나는 모양이었다.
"엄마 전화번호는? 엄마 누구야? 아빠는?"
"엄마 이선영, 아빠 김수철... 이모이름은 이은하"
아이가 자신있는듯이 큰소리로 외쳤다.
한가닥의 희망을 걸고 그와 MR KIM은 유정의 얼굴에 온 시선을 집중했다.
"그래, 옳지... 자,자.. 전화번호는?"
유정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다시 아이스크림을 떠먹기 시작했다.
그들은 실망감에 서로를 바라보며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경찰에 인도하심이.. 일이 복잡해 지시면 어쩝니까?"
"저도 그생각을 안한게 아닙니다.
파출소에 가서 물으니 만약 아무도 찾지 않으면 보호시설이나 보육원으로 보내진다는데..
어휴.. 그냥 그때까지 제가 데리고 있는것이 나을꺼 같아요..
이렇게 어린애를 어떻게 보호시설로 보냅니까?"
MR KIM 또한 미국에서 오래 지낸 탓에 한국실정을 잘몰랐다.
어쨌든 아이를 보육시설에 보내는 것은 그로써도 생각하기 싫은 일이었다.
"일단은 비서 CHARLIE 에게 한국경찰에 내용을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유사시를 대비해서요..'
"그렇게 하세요.. 그런데 닥터장은 오지 않습니까?"
"지금 긴급한 수술중이셔서 당장은 오시지 못한답니다.
급한일이냐고 물어서 아니라고는 했구요.
괜찮으면 내일 오면 안되는냐 물으셨는데
보스가 샤워중이셔서 일단은 그렇게 하시라 전했습니다."
"잘 하셨어요. 아이가 밥도 잘먹고 하니 괜찮을꺼 같긴 하네요.
내일 진찰한번 받아보면 좋겠어요."
"그건 그렇고 아이 잃어버린 곳 근처에 아무도 없었습니까?"
"길가다 우연히 이모라는 사람을 봤었는데
아이 발견당시에는 주위에 있지 않았어요.
스쿠터를 타고 있었는데 어디로 갔는지 안보이더라구요."
"설마 버리고 간건 아니겠죠?"
"설마..."
둘의 시선이 의심의 눈초리로 바뀌었다.
그러다 진욱이 먼저 고개를 저었다.
"그럴꺼 같진 않아요.. 에이.. 그럴리가.."
낮에 보았던 이모란 사람의 뒷태가 떠올랐다.
지극히 개인적인 첫인상이었지만
그렇게 착한 몸매를 가진 사람이 그런 험악한 일을 저질렀을리가 없었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럼 왜 애가 혼자 돌아다니고 있었을까요?"
"글쎄요.. 그게 문제죠.."
정말 궁금했다.
그 이모란 사람은 어디를 간것일까?
쨍그랑하며 숟가락 떨어지는 소리에
두사람은 시선을 돌려 유정이쪽을 쳐다보았다.
아이가 피곤한데다 배가 부른탓에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졸고 있었다.
잠에 취해 먹던 숟가락을 떨어뜨리고 입을 벌리더니 의자뒤로 고개가 젖혀졌다.
곧 옆으로 쓰러질 듯이 보여
진욱은 놀라서 벌떡 일어나 아이를 두손으로 받쳐 주며 안아 들었다.
진욱이 안아들자 아이는 그의 품으로 파고 들며 깊은 잠을 청했다.
씻지도 않고 잠들어 개운치 않았지만
꼬마아가씨의 잠든 표정은 감히 그가 함부로 깨울수 없을 만큼 달콤해 보였다.
진욱은 아이를 데리고 그의 침실 맞은편에 있는 손님방 침대에 뉘였다.
아이의 얼굴을 한번 쓰다 듬고서는 뿌듯한 마음으로 방을 나섰다.
어제 시차적응으로 밤새 뒤척이다 겨우 잠이든 그는
뭔가 너무나 따뜻하고 달콤한 느낌을 받으며 푹 자고 있었다.
작고 묵직한 뭔가가 그의 등쪽으로 딱 달라붙어 있었는데
아주 기분이 좋은 느낌이었다.
그는 포근해진 느낌에 입가에 살짝 미소가 떠올랐다.
노곤한 몸을 돌아뉘우는데 그 작은 물체가 꿈틀거렸다.
"으응응.."
아이의 칭얼거림에 놀라 눈을 떴다.
순간 자신이 어디에 누구와 있는지 정신을 차리려 했다.
뭐지 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