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큼..큼..뭐.. 누가 찾으러 오면 다행이고요 아님
절차에 맞추어 근처 보육원이나 시설에 보내질껍니다. 원래 다 그렇게 해요.."
"보육원요?? 시설이라구요??"
놀란 그가 되묻자 신참의경이 찔려서 움찔했다.
"누가 실종신고나 미아신고 안하면 그런다고요.. 다 그렇다는게 아니라..
하지만 못찾을 경우에는 그렇게 절차상 진행됩니다."
진욱은 아무것도 모르고 벤치에 앉아 졸고 있는 꼬마아가씨를 돌아다 보았다.
이 어린 아가씨를 시설같은곳에 보낼수는 없었다.
갑자기 아이의 비참해져가는 인생살이가 눈에 보였다.
시설을 전전하다가 학교도 제대로 못다니고 껌씹는 불량여학생이 되어
불량한 삶을 사는 안타까운 인생살이를 하는 꼬마의 앞날이 과장스럽게 펼쳐져 보였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그런 안좋은 상상을 지웠다.
"여기 제 연락처 입니다. 혹시 몰라 아이는 제가 보호하고 있겠습니다.
만약 누가 아이를 찾으러 온다면 여기로 연락바랍니다."
그는 양복 안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신참의경에게 넘겨 주었다.
신참의경은 건네준 명함을 보지도 않고 아주 딱딱하게 그를 보며 대꾸 했다.
"그러시면 안됩니다. 일단 아이는 여기에 맡겨 놓으셔야 합니다."
"거기 명함에 있는 회사로 전화하면 제 변호사가 알아서 처리 할 껍니다. "
변호사란 말에 신참의경은 그제서야 그가 건네준 명함을 들여다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도 한참 재미 들린 유명한 게임회사 로고가 박혀 있었고
그의 이름과 회사 대표 전화 번호가 적혀져 있었다.
믿겨지지 않아 신참의경은 재차 명함과 그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어디서 많이 본듯한 얼굴인거 같기도 했다.
"혹시.. 진짜예요? 설마, 아니죠?"
진욱은 썩소를 날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이런식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지는것을 원치 않지만
꼬마아가씨의 미래가 달린일이니 어쩔수 없는 거라며 자신을 다독였다.
신참의경은 순간의 횡재에 입이 벌어져 말을 못이었다.
이런 영광스런 일이 있을수가 있을런지,
친구놈들한테 이얘길 하면 만우절도 아닌데 거짓말 한다고 난리를 칠게 분명했다.
"저기...저 죄송한데.. 사진한장만..."
신참의 제안에 그는 거절을 못하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와 사진을 찍어 주었다.
비공식 방문인데 설마 누가 알겠어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일단 아이의 신변보호가 더 중요했다.
누가 되었든 부모이던지 이모이던지 나중에 애가 정신차리면
전화번호 알고 연락해 데려다 주면 될꺼라 믿었다.
신참의경을 어르고 달래서 연락처만을 남긴채 꼬마아가씨를 데리고 파출소를 나왔다.
일단 나오기는 나왔는데 꼬마에게 무엇을 해줘야 할지가 난감했다.
전화를 걸어 운전사에게 근처로 픽업을 오라하고 약속된 픽업장소에 아이와 함께 가서 기다렸다.
진욱은 혹시나 아이가 겁을 먹고 울거나 할까봐 걱정스러워 아이를 살폈지만
꼬마는 진욱에게100% 신임을 주었는지 그의 손을 꼬옥 잡고서서 의젓하게 차를 기다렸다.
진욱은 아이의 보호자가 된 기분이 들어 꼬마의 손을 단단히 쥐어 잡았다.
고사리처럼 작은 손이 그를 의지하며 꼬옥 잡고 놓지 않았다.
그 모습이 진짜 너무 귀여웠다.
그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벤틀리가 오자 같이 차에 올랐다.
운전사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혼자 나섰는데 아이를 하나 달고 들어오니 놀랄만했다.
"무슨일이 있었습니까?"
"아닙니다..별일 아니예요.. 아이가 길을 잃었어요,, 보호자가 오기전까지 보호하고 있으려고요.."
"그런 일은 경찰한테 맡기셔야죠.. 함부로 애를 데려오시다가 무슨일이라도 난다면.."
"그럴줄 알고 명함이랑 연락처 주고 왔습니다.
일단 성북동에 있는 거처로 아이를 데려가야 할꺼 같아요..
좀 씻기기도 하고 그래야 하니까.. 애가 놀라서 많이 울었어요..
혹시 모르니까 닥터장한테도 연락해 주세요."
이런 상황을 어쩐지 길게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
운전사도 그의 심기가 불편할까봐 더이상 묻지않고 차를 출발시켰다.
그의 벤틀리는 노련한 운전사의 운전으로 경인고속도로를 달려
그의 한국 별장인 성북동 자택에 순식간에 다달았다.
그가 돈을 벌고 제일 먼저 구입한 그 자택은
총 3층짜리 규모의 주택건물에 오리엔틱스런 정원과 연못, 온갖 운동기구가 있는 GYM과 사우나,
각종 영화를 볼수있는 영화시설, 와인바는 물론 개인 당구장까지 갖춰진 최고급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10년 넘게 원래는 JIN SOFTWARE.CO.KOREA의 한국지사의 귀빈실처럼 쓰여지다
최근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마치고 그의 개인 집무실로 쓰게 되었다.
그로써도 오늘 처음 도착한 집이라 조금은 생소했지만
관리자들이 집을 잘 정돈한듯 새집스러운 느낌은 나지 않았다.
집은 그가 좋아하는 한옥풍으로 재단장 되어있었다.
배고프고 졸려하는 아이를 달래며 들어오는 진욱을
메이드유니폼과 호텔직원 유니폼처럼 차려입은 다섯명의 관리인들이 그의 귀가를 반기며 늘어서 있었다.
그는 집 거실을 대충 둘러보고 집사인 MR KIM을 돌아보았다.
그는 그가 미국에서 개인적으로 5년전부터 따로 채용한 사람이었고
그를 한번도 실망시키지 않는 믿을만한 사람이었다.
그는 진욱이 어디를 가든 함께 하고 그의 비서와 다르게 개인적인 일들도 많이 처리해 주고 있었다.
MR KIM은 진욱과 아이를 번갈아 쳐다보며 놀란 눈으로 말을 대신했다.
"알아요.. 일이 그렇게 되었네요. 아이가 많이 놀랐으니 일단 먼저 진정시켜주세요."
MR KIM은 메이드유니폼을 입은 아주머니에게 아이를 돌보라 지시하고 진욱을 다시 바라보았다.
많은것을 묻고 싶은 표정이었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진욱이 대신 입을 열었다.
"애가 길을 잃었어요.. 보호자를 찾을수 없어서.. 어쩔수 없었네요. 애가 많이 배가 고플꺼예요..
먹는것 좀 챙겨주시고 특히 아이스크림 좋아해요.. 쵸코렛 아이스크림을요.."
그는 남자관리인이 안내하는 데로 욕실이 있는 그의 침실로 걸어갔다.
메이드를 따라 가려 했던 아이가 그 모습을 보고는 그에게 달려가 다리를 잡고 늘어졌다.
진욱은 곤란해 하며 아이를 떨어뜨리려 했지만
아이는 잠투정이 섞인 탓인지 칭얼거리며 그에게 매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