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와인에 빠진 사랑

love at first sight 6

리플아줌마 2016. 4. 3. 09:32

 


그녀는 옷장을 열고 한참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그는 놀랍게도 아침이 되자마자 그녀에게 저녁식사시간과 약속장소를 텍스트 메세지로 보내왔다.
그들은 7시에 홍대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만나 그가 예약해 놓은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하기로 했다.


그녀는 옷장속에 있는 단조로운 옷들을 보며 오늘 저녁식사를 위해 마땅히 입을 옷이 없다는걸 깨달았다.
애들 가르치는 직업이라 그다지 세련된 복장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었고 사실 그녀 본인도 그다지 꾸미는것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기에 쇼핑은 대충 필요한 것만 사서 입는 정도 였다.
분위기에 맞춰서 옷을 입어야 할텐데 캐주얼 스타일만 잔뜩있어서 에드한테 예약한게 어디냐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혹시라도 그냥 간단한 식당이면 그가 대답하기 난처해 할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옷을 새로 사러 나가는 것은 좀 오바겠지 하며 한참을 고민하고 있는데 동생인 승진이 야간촬영을 마치고 집에 들어섰다.


승진인 왜소한 아빠와는 달리 체격이 좋았다. 그래서 늘 사람들은 그녀와 그를 남매보다 남친여친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
"뭐해?"
피곤에 쪄든 얼굴로 방안에 서있는 그녀를 보고 무뚝뚝하게 말했다.
"으응.. 오늘 약속있어서 뭐입고 가나 생각중이었어..밤새느라 힘들었네... 밥은?'
"밥생각 없어... 그건 그렇고 누구만나? 하아.. 일요일이지... 수정이누나 만나러가?"
수정이는 그녀의 고등학교때부터 지금까지 죽고 못사는 절친이다.
"아니.. 딴 친구... 호주에서 알게된...."
"이뻐??"
"남자야.."
"야아.. 왠일이래.. 좋은 시간 보내..."
말과는 달리 시큰둥한 표정으로 승진은 씻지도 않고 자기방으로 들어갔다.
"야.. 안씻어? 이빨이라도 닦고 자..."
승진의 방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정말 피곤한지 들어가자마자 잠이 들었나 보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시선을 옷장으로 돌렸다.


"어디 간다고?"
아빠가 화장실을 가려다 그녀의 모습을 보고 궁금한듯 물었다.
"오늘 저녁약속있어요.. 친구랑.. 근데 입을 옷이 없네... "
" 뭘그리 걱정해... 내딸은 뭘 입어도 이쁘니 걱정마.. 허허,,,"
"아이... 그거야 아빠 딸이니 그러지.. "
"내딸이라 그런게 아냐.. 아빠가 아무리 제 삼자 입장에서 봐도 이뻐요.. 이쁘다니까.."
"ㅎㅎ.. 그럼 진짜 아무거나 입고 가까?"
"아무거나 입어.. 이쁘다니까..허허.."
아빠의 든든한 격려가 그녀에게 조금 자신감을 되찾게 했다.


"아빠는 오늘 어디 안나가? 용돈 떨어졌음 좀 드려요?"
"오늘 너 고모가 집에와서 밥먹으라고 해서 거기 갈라고.."
"용돈은? 차비는 넉넉해요? 필요하면 말해.. "
"아냐.. 돈 필요 없어.. 담배술 안하니까 쓸데가 없네... "
"술담배 끊은건 정말 잘하신거예요.. 갑상선수술하고 몸조심하라고 의사가 그랬잖아.. 우리 오래오래 같이 살아야지.. "
"허허.. 그래그래..."
아빠는 승아의 세심한 관심에 즐거워 했다.
"감기약은? 어제 사다논거 봤어? 식탁위에 놔뒀는대.. "
"봤어 봤어.. 벌써 아침에 하나 먹었다.."
"잘하셨어요,, 아버님.."
승아의 농담에 아빠가 껄껄하며 웃으신다. 승아는 그런 아빠의 모습을 보니 기뻤다.


몇 해전 아빠가 엄마를 암으로 잃으시고 저렇게 웃게 되신게 얼마 안된일이었다.
그녀는 아빠의 격려에 힘입어 밖에서 사입지 않고 옷장에서 옷을 꺼내 입기로 결정했다.


옷을 고르는 고민 중은 에드워드도 마찬가지였다.


아침에 눈을 뜨자 마자 그녀에게 텍스트를 보내고
8시에 조반을 먹고 9시부터 10시반까지 조무회의..

회의에선 개관식 결과내용보고와 아직 공사중인 팬트하우스 마무리작업 진척사항을 브리핑 받고,
10시반부터 20분간 잠시 그의 매니지먼트 팀과 티타임,
10시반 호텔 이곳저곳을 다니며 직원들을 격려하고 건의사항을 전달받고.
12시반에 한국 정계쪽 사람들과 점심오찬..
2시에 한국과 중국 관광청 사람들과의 티타임겸 회의
3시에는  아침에 상하이로 귀국하신 작은회장님(아버지) 께 회의록  화상 보고..
4시부터 6시까지 새로 일할 절친한 친구인 헤드쉐프 민호와 새로운 메뉴개발회의.. 그리고 자질구레한 업무보고..


스케줄에 치인 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가고 그는 시간이 6시반을 가리키고서야 일정이 어는정도 끝났음을 알았다.
그의 스위트 룸에 돌아왔을때 사실 그는 매우 피곤했지만 또한 한편으로는 그녀와의 약속에 살짝 흥분 되었다.
고등학교때 포멀파티에 파트너 데려갈때 빼고 오랜만에 느끼는 기분이다.


비싼 부티크마냥 진열되어있는 그의 드레스룸에 서서 한참을 바라보던 그는 그 또한 오늘의 데이트에서 입을 만한 옷이 없다는걸 깨달았다.
그는 가능한한 편한한 옷차림으로 입고 싶었다.
한실장에게 옷을 가져다 달래야 하나 고민하다가 미국에 있을때 잘입었던 폴로 티셔츠와 체크무늬 바지, 그리고 그와 어울리는 캐주얼 정장자켓을 입고 거울을 바라보았다. 그가 평상시 입는 옷은 아니었지만 나름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는 잘 모르지만 아무리 그의 무게를 뺀 케주얼한 스타일이라도 남들이 보았을때 그 스타일은 매우 점잖았다.

특히 그가 늘 하는 2:8 헤어스타일이 그랬다.
어쨌든 그는 그의 스타일에 흡족해 하며 나머지 악세서리인 TAG 시계와 지갑, 구찌구두를 장식장에서 꺼내 마저 신고서 방을 나섰다.


밖을 나서자 호텔주차안내요원이 그의 차를 입구로 가져다 주었다.
멋진 람보기니가 호텔입구에 서자 수근대며 구경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 차를 타고 간다면 어차피 길도 모르고 너무 오버하는 것같다는 생각에 그는 차 대신 택시를 잡아탔다.


시청쪽에서 홍대쪽으로 그녀를 만나러 가는 시간이 길었지만 설레임에 왠지 기분이 들떴다.
택시에서 내리자 그녀가 단정한 크림색투피스에 자켓차림으로 기다리기로 했던 장소에 서있었다.
그는 성숙하지만 소녀의 모습이 아직도 남아있는 그런 그녀의 그모습이 참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그녀가 그를 발견하고 환히 웃으며 그에게로 걸어왔다.

한결같은 그의 머리스타일에 웃음이 나왔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ㅎㅎ.. 잘 찾아오셨네요.."
"그러게요. 찾기 쉽던데요.. "
둘은 왠지 쑥쓰럽게 웃었다.
"어디가는지 몰라서 일단 그냥 입고 왔는데.. 너무 무리했나요? ㅎㅎ.. "
"좀 달라보여서.. 몰라볼뻔 했어요.. 잘 어울려요."
"오..그래요? 좀 걱정했는데 다행이네요.ㅎㅎ.."
그녀는 예의 웃음소리를 내며 함박 웃었다.


"어디로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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