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타야할 비행기가 있는 게이트로 갔다.
좀 이른시각이라 그런가 게이트앞에는 사람이 그닥 많지는 않았다.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어디를 가고 싶은 생각도 들지않았다.
예전같았음 면세점을 훝고 다니라 시간가는줄 몰랐을텐데 하는 생각에 씁쓸히 웃었다.
마주앉게 되어 있는 의자에 앉아 들고 있던 백팩을 내려놓고선
핸드펀과 이어폰을 꺼내 눈을 감고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음악이 조용히 흐르고 슬픈멜로디 때문인가 자꾸 떠오르는 그의 모습에
정신을 가다듬으려 노력했다.
음악을 좀 빠른템포로 바꿨다.
지금쯤이면 행사도 끝나고 다들 행복하게 있을꺼다..
자꾸 생각하면 나만 손해야..
다 잊어야지... 호주가서 다 잊고 살아야지..
잊을수 있어.. 잊을수 있다.
자꾸 싫은데 눈물이 뺨을 타고 줄기차게 흘러내렸다.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빠르게 흘러 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괜찮은 척을 했다.
얼마쯤 시간이 흘렀을까.
눈을 감고 눈물을 겨우 진정시키며
빠른 템포의 음악을 의미없이 흘려듣고 있을때
누군가가 그녀의 옆에 털썩하고 앉았다.
자리도 많을텐데 누가 내옆에 앉은거지?
방해받은게 짜증이 났다.
이상한 사람이라 생각하며 눈을 떠 조심스레 앉은 사람을 옆으로 힐끗 바라봤다.
혹시라도 눈이 마주치면 어색할까봐서 차마 얼굴을 바로 볼수가 없었다.
비싸보이는 양복을 입은 키큰 납자가
뛰어와 숨이 찬지 거칠게 숨을 쉬며 앉아있었다..
숨을 어찌나 거칠게 쉬는지 이어폰을 끼었는데도 불구하고 매우 잘들렸다.
뭐야.. 변태인가..
헉헉대는 이 숨소리는 뭐지?
앞을 보니 자리도 텅하니 비어있었다.
약간은 겁이난 표정으로 시선을 돌려 남자를 올려다 보았다.
낯익은 얼굴이 환히 웃고 있었다.
얼마나 급하게 뛰어왔는지 머리는 사방으로 엉망이고
셔츠는 풀어 헤쳐있었고 자캣은 앞이 열린채 였다.
그의 얼굴은,,
그의 그리운얼굴은 급하게 뛰어온 탓인지
뺨이 발그레져 있었고 깊은눈은 맑게 반짝이며 그녀를 내려다 보고 있다.
머리가 멍해져 그냥 그렇게 놀라 바라보고 있는데
그가 큰소리로 웃으며 덥석 그녀의 양볼을 잡고 입을 맞추었다.
"당신이 어떻게 여길..."
입술이 떨어지자 마자 그녀가 속사포처럼 물었다.
"다행이다.. 이렇게 찾을수 있어서..."
그는 그녀의 입을 막고 놔주지 않았다.
그의 키스는 집요하게 그녀를 잡고 늘어졌다.
마치 더이상 그녀가 도망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이..
승아는 꿈을 꾸고 있는거 같아 실감이 나질 않았다.
이건 꿈일꺼야..
꿈이어야만 해..
아니야..
그녀가 양손으로 그의 어깨를 밀어내자 그제서야 그는 겨우 하던 행동을 멈추었다.
"뭐예요 지금?"
그는 다리를 꼬고 편안한 자세로 한팔을 그녀에게 걸쳤다.
그녀는 남들이 볼까봐 그의 팔을 다시 밀어내었다.
"뭐긴..."
"아니.. 여기서 뭐하냐고요.. 오늘 행사있잖아요.."
"응.. 있었지.."
그는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아주 큰 행사가 있었지.."
"여기서 왜?? 우리가 어떻게 만난거죠? 지금 어디가시는데요? "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들 어딨죠? 왜 아무도 안보여요?"
"아무도 없어.. 걱정마."
"왜요? 그럼 왜 여기 있죠? 어디 혼자 가야해요?"
"아니,, 혼자가 아니라 둘이 가야지.."
"어딜요?"
"그게 어디든... 다 갈꺼야 이제.."
"그게 무슨말이냐고요!!!.."
그의 수수께끼같은 말에 약이오른 승아는 화를 내고 말았다.
"나 다 그만뒀어.. "
"아니, 뭘 그만둬요?"
"다..전부다!!!!!"
".???."
"이제부터 하나만 볼려고.."
"..."
"그 하나때문에 지금 여기 있잖아."
"!!!"
"그동안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이제부터 하나씩 하고 살꺼야.. "
"..."
그는 그녀의 눈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사랑해.. 당신을 처음 봤을때 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어.."
"!!!"
"당신을 한번 보냈었고 정말 2번은 못보내겠어..
내마음이 내심장이 너때문에 뛰는데..
당신을 다시 보내면 난.. 아마.. 생각하기 싫다...
이제 너만 보고 너만을 위해 살꺼야..
다시 보내지 않을꺼라고.."
"클레어는요? 부모님들요? 회사는요?
사람들은요?? 다들 어쩌구요?"
"다들 알아서 살겠지.. 다 각자 잘 살꺼야..
회사? 나랑은 이제 상관 없어. 한실장님이 알아서 하겠지..
신경안써도 돼.."
"아니, 미쳤어요? 돌아가요.. 이러면 안되잖아요.."
승아는 기겁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선 그의 손목을 잡아 이끌며 밖으로 끌어내려 했다.
그는 그녀의 손에 이끌려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밖으로 밀려가는 대신 그녀를 그의 품에 꼬옥 안았다.
그는 버둥거리는 그녀를 놓칠세라 으스러질정도 꼬옥 안았다.
"다시는 안놓을꺼라니까.. 걱정마..
다 알아서 잘 될꺼야..
사랑해.. 사랑해..
I LOVE YOU.. LOVE YOU.. till my last breath..."
그를 밀어내려던 그녀가 서서히 멈추었다.
"정말.. 정말이예요?... 정말 인거예요?"
그는 대답대신 그냥 그대로 그녀를 꼬옥 껴안고 있었다.
눈물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충격에 온몸이 오한이라도 난것처럼 부들부들 떨렸다.
에드가 여기 앞에,
내앞에 있는 사실이
그제서야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 믿을수 없다는 듯이 조심스레 그의 얼굴을 만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가 이런걸 극도로 싫어 한다는 걸 깨닫고 몸을 빼려 했다.
그러나 그는 그녀를 그의 품에서 놓아 주지 않았다.
그녀는 그가 더이상 헝클어진 머리를 매만지지도 않았고
옷매무세를 정리 하려 하지도 않고
그저 그렇게 그녀를 안고 서서 그녀의 체취를 흠뻑 들이키고 있다는걸 깨달았다.
"just stay with me.. stay..
I love your smell.. love your everything... I don't care about anything anymore..
only you I do care in my life.."
(그냥이대로 있어.. 이대로.. 당신의 사랑스런 체취가 좋아,
당신전부를 사랑해. 더이상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아.. 당신만이 내인생의 전부라서..)
그의 진심어린 말에 그녀가 울음을 터트리며 그를 꽈악 껴안았다.
"사랑해요.. 에드.. 사랑해.. 나도,,, 나도.."
백만가지 이유와 천만가지 단어보다도
이 한마디 말이 그녀가 그를 위해 해줄수 있는 유일한 말이었다.
그는 기쁨에 낮은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그들은
날아갈것같은 기분에
사람들이 웅성웅성 비행기를 타려 몰려드는 것조차 알지 못했다.
황홀한 키스는 계속이어졌다.
숨이 막혀 잠시 쉬는 틈에도
둘은 눈도 못떼고 서로를 바라보면서 낮게 웃었다.
찰칵 찰칵..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수군거림, 그리고 핸드펀으로 찍히는 소리에도
상관없이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키스를 계속 나누었다.
"저거 또 동영상 찍히면 어째요?"
미소를 지으며 승아가 속삭였다..
"나중에 애들한테 보여주지뭐..
너네 부모님은 이렇게 화끈했다고..ㅎㅎ"
웃음을 터트리며 그가 그녀의 이마에 키스를 했다.
"나 그냥 Passport하나만 가지고 왔어..
이제부터 호주가면 승아가 먹여 살려야 할꺼야..ㅎㅎ"
"그래요? 그럼 나랑 같이 일하면 되겠네요.ㅎㅎ.
거기 호텔에 일자리 하나 알아 봐 드려요?"
"그거 좋은 생각이네.. 내가 경험도 있고 하니.. 좋은 자리 부탁해.. ㅎㅎ"
그녀가 그의 농담에 크게 맑은 웃음소리를 냈다.
"그래,,, 그렇게 웃고만 살자..
너무 그리웠어.. 보고싶었어.."
그가 그녀의 입술에 다시 그의 입술을 포갰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못했던 말들이 너무 많아..
사랑해.. 사랑한다고.. ㅎㅎ..."
"비행기 시간이 열시간이 넘어요.ㅎㅎ..
우리 레드와인이나 마시면서 천천히 얘기해요..
사랑해요.. 에드..."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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