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와인에 빠진 사랑

love at first sight 10

리플아줌마 2016. 4. 3. 15:45

 


"어머 맞나보네,,, 어쩜.."
"어쩐지 닮았다 했어.. 거봐 내가 뭐래..."
"그러게.. 어머나.. 여기에 그유명한 사람이 있었네.."
젊은 엄마들의 수군거림이 귓가에 맴돌았다.
듣지않아도 될만한 얘기들이 오고가고 키득거리고 비아냥 거리는 소리와 함께 학부모엄마들의 차가운 시선들을 견디어야했다.


승아는 말없이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서둘러 교무실 자신의 책상으로 향했다.
자리에 앉아 엎드리면서 올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창피하고 치욕스러워 죽을것만 같았다.
차라리 에드가 친구처럼 남았다면 술김에 장난으로 그랬다고 핑계라도 할텐데 그 인간은 전화도 안되고, 다시만날수도 없고, 찾을수도 없었다.
그래서 남은 그녀는 행실이 안좋은 여자가 될수 밖에 없다.


부디 아무일 없도록 비는수 밖에 없었다.
 이래서 인터넷이 무섭구나..
 자료는 지울수도 없고 지워지지도 않으니..
 어디서 돈주면 인터넷 기록 다지워준다던데 거기다 알아봐야하나..


"어머.. 이선생님.. 그게 무슨 말이예요?"
소문은 날개가 달렸는지 벌써 날아 유치원교사 영희씨에게 까지 갔나보다.
"학부모들이 학원앞에서 하는 얘길 들었어요.. 그 무슨 말도안돼는..."
"... 저.."
"그 동영상 주인공 아니죠? 설마... 우리 같이 봤잖아요?"
"그게 아니라..."
당황하니 말도 더듬 거려졌다. 영희씨의 눈이 엄청 커지더니 놀란듯 소리쳤다.
"말도 안돼.. 어떻게 그게 이선생님이예요? 말이돼요?"
"그게 사실은요.."
"뭐야.. 그 홍대연인이라는 동영상주인공이 너 승아였니?"
숙자언니까지 들었으니 학원내 일파만파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 였다.

노처녀 히스테리인지 그녀는 학원내 연애사건에 매우 민감한 편이었다.
"그게요.. 그런게 아니예요.. 술먹고 실수.."
"술을 먹고 실수라뇨? 이선생님 술도 잘안하잖아요."
"넌 남자친구도 없었잖아 요근래.. 뭐야 너.. "
"그런거 아니예요.. 그냥 실수예요..실수.. 저도 창피해서 말도 못했다구요."
"어머.. 어쩜.. "
"야.. 이승아.. 너 어쩌자구.. 그런 사단을 만드냐.."


 그래도 숙자언니는 내가 걱정이 되나부다.
창피함과 고마움에 눈물이 나올꺼 같았다.
"나도 술이 너무취해서 생각치도 못한 일이었어요.. 그냥..그렇게... "
그녀가 울먹이자 숙자언니가 달래듯 그녀를 위로했다.
"행실을 조심했었어야지.. 으이구.. 이일을 어쩔꺼야.. 그런 동영상은 도느라고 없어지지도 않는다는데..."
"어유,, 울지마요.. 어떡해.. "
영희씨도 그녀의 등을 토닥거리며 위로했다.
"그 남자는 누구야? 너 누구 만난것도 아니었잖아.. 지금도 싱글이고...그리고 그러고나서 아무일 없었어? 딴짓한거야 어쩐거야?"
숙자언니의 추궁에 승아는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그동안 속앓이 한게 다 쏟아지는 것만 같았다.
"그냥 호주에서 올때 비행기 안에서 만난 사람이예요..흐흑흑. 그냥 우연히 다시 만나서 밥한번 먹은건데.. 와인을 너무 많이 마시는 바람에...흑흑.. 맹세코 아무일도 없었어요.. 그일 있고 그냥 집에 왔어요. 제가 술만 안먹었어도.."
"나쁜 놈일세.. 여자한테 술먹여 술수부리려던것 아냐? 연락은 해봤어? 뭐래?"
"연락안되요.. 전화번호 없애버렸더라구요.. 어엉엉.."
"어머.."
"뭐야.. 뭐 그런놈이 다있어?"
"어머. 못됐다.."
"여자 혼자 이일을 어떻게 감당하라고.."
"어쩜 좋아요.. 이선생님 그동안 힘들었겠다."
"..."
"어쩐지 좀 말도 없어지고 잘 먹지도 않고 말라간다 생각했는데 다 이유가 있었네."
"그러게요. 도통 웃지도 않고 시무룩해져 다니더니..ㅉㅉㅉ"
"..."
둘의 위로가 그녀를 더 울게 만들었다.
그동안 자기만 힘들고 아픈게 너무 서러웠다.

둘은 그녀의 등을 어루만지고 토닥이며 그녀를 진정시켜주었다.
"얼굴이 많이 망가졌다.. 티슈가지고 빨리 화장실가서 고쳐.."
그녀는 훌쩍이며 숙자언니 말대로 화장실로 갔다.


여자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 부은 얼굴을 진정시키다가 갑자기 배가 아파 화장실로 들어가 앉아 일을 보는데 그녀를 찾는 영희씨와 숙자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안에 있다고 하려는데 숙자언니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어디갔나 보네.. 없지?"
"네.. 그런거 같네요.. "
"아니, 지가 그렇게 행동하고 나서 울긴 왜운대? 어이가 없어서.."
"그러게 말이예요.. 그때 동영상 봤으때도 보셨죠? 시치미 뚝떼고서는.."
"보기보다 어휴.. 어마어마해.. 그날 그냥 집에 갔을까? 아니겠지? 그냥 집에 갈만한 사이는 아닌거 같던데.."
"에유,, 말해뭐해요.. ㅋㅋㅋ.. 화끈한 밤 보냈겠죠..ㅋㅋㅋ"
"진짜.. 얌전하게 봤는데.. 장난아냐.. 원나잇스탠드나 하고.. 저런.. ㅉㅉ.. 사람속은 모르네 몰라.."
"ㅋㅋ.."
그들은 승아를 찾기위헤 다시 교무실로 돌아가고 승아는 넋놓고 변기에 앉아 울음을 삼켰다.


사람들은 어차피 말해줘도 믿지 않는다. 보고싶은것 듣고 싶은것만 보고 생각하고 떠든다.
한참을 말없이 흐느끼다가 자리로 돌아갔다.
영희씨는 퇴근했고 숙자언니가 걱정했다는 듯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굴도 보기 싫었지만 싸울 힘도 나지 않았다.
숙자언니는 걱정하지 마라, 다 지난 일이다 라며 그녀를 다독였다.
기가 차 말이 나오지 않았지만 그녀는 그냥 아무소리 없이 중등부 저녁 영어수업에 들어갔다.


사태가 거기서 수습이 되었으면 좋으련만 소문은 무성히 학원내로 퍼져나가 원장의 귀에까지 들어 가게 되었다.
원장은 그녀를 원장실로 불러 사표를 권유했다.
"아무리 학원이래도 선생님은 선생님입니다. 이런식의 행실을 보여준 분이 저희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지난일이라도 동영상이기때문에 학생들사이에도 많이 퍼진걸로 아는데.. 그냥 본인이 알아서 그만둬 주세요. 

미안합니다.. 이선생 열심히 한건 잘아는데 어쩔수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할말 없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그녀는 공손히 인사하고 원장실을 나왔다.

원장님의 상황도 이해되고 학원 입장도 이해된다.
자신이 잘못한것이니 할말이 없다.

그리고 어찌됐든 알게된 동료들의 진심 또한 그녀를 계속 일할수 없게 했다.
자신의 짐을 챙겨 나오는데 다른 선생님들의 의미심장한 눈초리들이 쏟아졌다.
 말하면 뭐하리 어차피 다알고 있을텐데..
그녀는 터벅터벅 교무실을 나와 입구로 향했다.


영어반 어린이들이 수업을 듣기 위해 등교하고 있었다.

아이들을 보니 마음이 먹먹해졌다. 몰려드는 아이들에게 애써 웃으며 반갑게 맞이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은 웃고 떠들며 교실로 들어갔다.


기분이 너무 안좋았다.
일이야 또 구하면 그만이지만 정든아이들에게 인사도 못하고 그냥 가야하는 그녀의 신세가 너무 맘이 아팠다.


이게 다 그 에드자식 때문이다 .. 어떻게 복수를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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