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와인에 빠진 사랑

love at first sight 21

리플아줌마 2016. 4. 6. 09:21

"이승아씨 고마워.. 여기까지 아주 쉽게 왔네.."
"뭐예요?"
"뭐긴... 그냥 여기까지 편하게 오고 싶었어.."
"뭐라구요?"


"나 돌에 안맞았어.. 괜찮아.."
"네???!!!"
"그냥 이렇게 오고 싶어서 그랬지..ㅋㅋ"
"정말.."
능청스럽게 웃으며 말하니 승아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고마워.. 다음에도 또 부탁할께..."
능구렁이 같은 미소를 띄우며 그는 휴게실 건물을 가로질러 식음부쪽으로 멀쩡히 걸어갔다.


승아는 미칠듯이 약이올라 남들이 보거나 말거나 그자리에서 악 하고 소리를 질렀다.
분해 미칠꺼 같았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삼재라도 낀건가?
 점이라도 보고 굿도 좀 해야하나..
 내인생은 왜이리 미친놈들이 많냐..
 서글프다. 서글퍼...
 오.. 신이시여.. 왜 저에게 이런 고난을 내려주시나이까..
 내가 뭘그리 잘못했나요...


그녀는 다음날부터 별채업무를 마치고 다시 1조로 돌아가도록 조치되었다.
사장이 3주동안 상하이에 머물러야 했기에 그녀가 별채에 머물러야할 이유가 없어서 내려진 조치였다.


1조원들은 모두 그녀를 반기며 그녀의 컴백을 환호했다.

정말로 위해주는 맘이 느껴져 그녀는 매우 고마웠다.


그가 떠난지 이주가 넘게 흘렀다.

그녀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왠지 헛헛한 마음이 들었다.
진짜 뭔가 빠진거 같고 허탈한것이 뭔가 중요한걸 잊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가끔 그가 2;8 머리스타일을 하고 여기저기서 보이는 듯한 착각이 들어 깜짝 놀라기도 했다.

 불쑥불쑥 그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리고 그의 신경질 적인 스푼닦는 모습까지 떠올라 그녀를 괴롭혔다.


그러나 그녀는 빨리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가 돌아오면 새로운 계획도 세워야 했다.

결벽증걸린 그를 괴롭히는 것도 약혼녀나 누가 옆에 있다면 전처럼 쉽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자신외에 누가 옆에 있을꺼라고 생각하니 이상하게 씁쓸하고 섭섭했다.
그녀는 떠오르는 예상밖의 감정을 떨쳐내려 애썼다.


달리 생각해 보면 에드도 에드이지만 그 이상한 싸이코 같은 헤드쉐프 안보는 것도 다행인지도 몰랐다.

아니, 이주넘게 미친 헤드쉐프를 안보니 살꺼 같았다.



할당된 방을 열심히 청소하고 청소도구가 담긴 큰 카트를 복도로 밀고 나와 차트를 보며 마지막으로 청소해야할 리스트를 보며 있었다.
복도 엘레베이터가 열리며 뜻밖에도 쉐프유니폼 차림의 민호가 나타났다.
그를 알아보고서도 무시하며 그녀는 새침하게 리스트만 쳐다보며 일을 하는척을 했다.


"어이~~.."
그는 그녀를 발견하고 반가운듯이 다가왔다.
"..."
"어이~~~.. 거기~~~..."
"..."
"여기 있었네.. 찾느라 힘들었잖아.."
 날 왜찾아?
 또 열받게 하려고?"
"..."
대답도 안하고 무시했다.


"뭐야.. 삐졌어?"
"..."
그의 무례하고 불쾌한 말투에 참을수가 없어 그녀는 대답대신 그를 째려보았다.


"뭐야.. 삐졌네.. 삐졌어..."
".."
"전에 일때문에 아직도 화난거야?"
"말하고 싶지 않네요..그리고 전 이승아라고요 이!.승!.아!!!.. 어이가 아니라..."


"에이.. 화내지마.. 무섭다."
"무섭다는 표정은 아니신데요."
"아니. 나 지금 굉장히 무서운대??"
"그러면 많이 무서워 하세요.. 전 할일이 많아서 그럼이만.."
쌩까고 돌아서서 무거운 카트를 그 앞으로 밀었다.

그가 갑자기 카트를 발로 막고 나섰다.


"무슨 할말 있으세요?"
"음.. 할말 있어.."
"뭔대요?"
"그렇게 화내면 말할수 없잖아."
그녀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썩소를 지어보였다.


"됐죠?"
"음.. 요즘 사장님 안와서 주방에 안오는 거지?"
"아시면서.. 물어보지 마세요. 이제 됐죠?"
가려고 하는데 또 그가 막아섰다.

기가막혀 그녀가 짜증을 냈다.


"또 뭔데요?"
"오늘 끝나고 레스토랑으로 올래?"
"왜요?"
"맛있는거 해줄께.."
".."
먹는거라니 잠시 고민이 되었다.

고개를 저었다.


"싫어요.. 체할꺼 같아요."
"진짜 맛있는 거라니까... 새로 만든 음식인데 솔직한 리뷰가 필요해.."
"..."
"테스팅하라는거니까.. 맘편히 와..."
"테스팅요?"
"응.. 테스팅.. 주방애들은 아부만 하니까 누가 진실을 말하는지 알수없잖아..

근데 승아씨는 솔직하니까.."
"내가 솔직하다구요?"
"응.. 내가 보기엔..."
"그래요?"


그녀가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자 씩하며 웃더니 그는 그녀의 앞머릴 쓰다듬더니 성큼성큼 엘레베이터로 걸어갔다.


"이따 일끝나면 바로 레스토랑으로 와.. 15층 스카이 라운지 알지?

레스토랑 리멤버..  거기로 와..기다릴께..."
그의 목소리는 문이 닫히며 사라졌다.


테스팅이라면서 왜 주방으로 안부르고 스카이 라운지로 오라는 거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마지막 청소를 하기위해 카트를 밀었다.


5시에 모든일이 끝나고 유니폼마저 갈아 입고난 후 그녀는 잠시 고민했다.  

아까 헤드쉐프말을 들어야하나 말아야 하나,
 가서 뭘하나,
가서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도 모르는데

가지말자 결심하고 록커를 나섰다.